지난 몇 주간 곤도 마리에의 정리법에 힘입어 여러 옷과 책들을 정리해서 기부했다.
그리곤 한쪽 벽을 차지한 붙박이장을 결국 뒤집어 엎었다.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물건들과 잊고 지냈던 쪽지 메모 일기장 그림장들
심지어 대학교 1학년~ 아마도 2, 3학년 때까지도 매일 일기를 썼었다지
거진 1년을 들고 다니며 한글자 한글자 새겨넣은 일기장이 소중하지 않을리 없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또 했다.
곤도 마리에의 이 물건이 날 "SPARKLE", "JOY" 하게 하냐는 그 기준.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제 그건 과거의 물건이고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굳이 방에 그 실체를 가지고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만한 것인가?
라는 질문에는 이상하게도 NO. 라는 대답이 나왔다.
마침 내 나이도 30. 만으로 30이지만 아직은 20대 같은 얼떨떨한 한 해.
(만나이법 개정에 따른 것일까? 안타깝게도 빠른 생일로 인해 20대를 다시 맛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하하)
그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어서일지, 결혼.. 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어서일지
나중에 결혼을 하고, 결혼이 아니라해도 독립을 하게 되었을 때.
내가 저 물건을 들고 가고 싶니?? 라는 질문이
지금 내게는 "자신이 나아가고 싶은 삶에도 필요한 자신의 지향점과 맞닿은 물건인가요?"라는 질문과
맥락이 일치하는 것 같다.
여튼 각설하고 그 많은 다이어리와 교육받으면서 적어두었던 좋은 글귀, 영감들을 뒤로 할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어떤 글이 어떤 노트에 쓰여있는지, 심지어 첫사랑에 대한 절절한 내용이 있을지
사회 비판적인 내용이 담겨있을지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버려도 모르는 그런 것이겠지.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 말한다. 언제 적어둔 것인지는 기억 못해도 어느날 발견한 쪽지에 써둔 나의 계획이
그대로 이루어져있었다. 라는 말이라든가..
언젠가... 영감과 새로운 생각이 필요할 때 단순히 내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헝클어뜨리며
머릿속만을 돌아다닐 것이 아니라 수많은 종이들과 내 글씨들에서 영감을 얻을 수도 있지 않겠냐고
그래서 기왕이면 이 블로그에 그 기록들을 다 남겨보기로 했다.
(티스토리 망하면 안돼요 ㅠㅠㅠㅠㅠ 접지 말아요 정말)
그런데 이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진과 짧은 토막글을 올리는 것까진 오케이다.
다 올리면 그 노트는 이제 미련없이 버린다.
그런데 카테고라이징은 어떻게 하지?
곤도 마리에는 옷을 어떻게 개어서 옷장에 넣고,
무거운 것과 가벼운 물건들, 크기가 제각각인 물건들을 정리하는 방법은 알려주었지만
분산화된 디지털 세상에서 물건을 어떻게 구분해서 넣어야
내가 기분이 좋아지고 찾고 싶을 때 잘 찾을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연도에 따라 구분을 해봐야 하나? 그러다... 그게 의미가 있나?? 하는 의문이.
일상이냐 영감을 줄만한 멘트이냐에 따라? 그러다... 언젠가는 그냥 장바구니 목록이 영감이 되기도 하는데 이 둘의 구분점은 과연 무엇이지??? 그렇다면 답은 하나이다.
우선 한 바구니에 제목을 최대한 잘 달고, 태그도 세분화해서 올려두는 것이다.
그럼 이제 두번째 질문이 고개를 든다.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
당연히 블로그는 블로그다.
1일1포스팅을 하는 것이 유리하고 공개된 글이 많을 수록 좋다.
하지만 난 여기에 내 첫사랑 얘기나 학교 학과 회사 심지어 스티커 사진까지 다 공개할 생각은 없다.
그럼 이제 개인적이고 사적인 메모는 오케이란 말인가??
나는 어디까지 나를 공개할 수 있는가?
어디까지를 비공개를, 어디서부터를 제가 이런 것도 써놨었더라구요~~
어디까지 나 혼자 생각을, 어디서부터 제가 이런 생각도 해요 ~ 하는 글을 쓰는 것이 맞는가.
블로거들이 모두 이런 고민을 할까?
생각없이 막 쓰시는 분도, 어쩌면 칼럼을 쓰듯 한문장 한문장 조사와 팩트를 바탕으로
어쩌면 마케팅을 위해 한줄 한줄 키워드를 박고 검색유입을 신경쓰며 적으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난 어찌하고 싶은가??
항상 무엇을 하든 시작은 빨리 잘하는 추진력 갑이지만.
그럼 넌 어떻게 더 이어나가고 싶어??
에는 무게감 있는 철학과 나만의 기준이 붙는다.
하지만 오늘도 고개를 젓고 스스로 다짐한다.
일단 해보고.
일단 하다보면.
이제는 완성을 바라고 준비해서 시작하지 않는다.
시작만큼 가장 크고 완벽한 준비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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