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피를 키운지 거의 1년이 지난 것 같다.
어느 날 어머니 친구분의 나눔으로 막구피를 받아왔는데 5월에 돌이 지나는 조카를 위해 물고기를 잘 키워보기로 했다.
집을 따뜻하게 보내는 편이라 따로 히터는 따로 구매하지 않았고, 스펀지 여과기랑 인공수초를 넣어주었다.
처음엔 개체수, 어항크기에 비해 작은 여과기를 사서 물이 백탁이 오고 물꼬기들은 죽고ㅠ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여차저차 정보글들을 보며 나름대로의 지금과 같은 구색을 갖추었다.
인공수초가 물고기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끼여서 죽는등... 안좋다고는 하지만 실제 수초를 키울 만큼의 여력은 되지 않는 초보인지라 그대로 인공 수초를 쓰고 있다(무엇보다 청소하기 좋음)
아 그래도 어항 끝쪽에 미니미 마리모는 하나 같이 키우고 있다 ㅋㅋ

너무 폭번은 부담스러워서 부화통에서 새끼들을 5마리 정도씩만 건져내서 키웠었는데 언제부턴가 새끼 한마리도 태어난 것도 못보고 검정똥만ㅜㅠ 참고로 물고기를 먹은 물고기는 검정똥을 싼다.
알고보니 새끼를 먹는 범인은 요 한마리 남은 왁 플래티 뿐이더라... 자기랑 같은 어종이 아니라 유독 심하게 먹는건지...뭐 플래티가 워낙 먹성이 좋기도 하다.
약 7개월 전에 막구피만 있을 때 아빠가 너무 같은 구피만 있으니 색이 심심하다 하셔서 엄마랑 같이 이마트에서 블랙구피랑 왁플래티 한쌍씩을 사왔는데 플래티 암컷이 병들어있었는지 바로 다음날 죽고... 다른 물고기들도 몇마리 용궁에 간 뒤 여러 조치로 어항은 균형을 찾았지만 졸지에 요 왁플래티 수컷은 홀로 남게된 것....
근데 요게 새끼를 낳을 때가 된 구피 암컷에게서 냄새가 나는지 만삭인 구피들만 골라서 막 쫒아다니다가 새끼를 낳으면 떨어지는 새끼를 바로 받아먹고, 숨어있는 새끼들도 사냥의 자세로 끝까지 따라가선 결국 새끼들이 잠드는 밤이면 다 먹어치우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결론내렸다. 새끼들이 숨을 만한 풀을 하나 두고 차라리 플래티를 부화통에 가두자!(생각의 반전)
그리고 그 이후론 조그마한 새끼들이 커서 자신과 같은 구피가 되는걸 확인하면 새끼들을 안잡아먹는다는 말처럼 지금은 가끔 새끼가 먹이인가 하고 쫒지만 새끼가 도망가면 바로 '아 새끼였구나~'하는듯 (구피들은 시력이 좋지 않다) 더 이상 안 쫓아가는 평화로운 어항 마을이 되었다.
추가로 부화통은 사진처럼 벽면에 큐방(뽁뽁이...?)을 하나 어항벽에 부착해두면 저 사이를 물꼬기들이 알아서 지나다니면서 끼여죽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생각보다 물고기들이 특히 구피는 호기심이 많아서인지 지나가다가 우연히 끼여있는걸 보고 놀라서 빼주곤 심장이 쿵하는게 한 두번이 아니다.
한 번은 어떤 구피가 스펀지와 어항벽 사이에 끼여있어 구해준 적이 있는데 꼬리쪽이 마비되었는지, 나오려고 너무 발버둥을 친 것인지 힘이 빠져 수영을 못하더니 결국 용궁에 보내준 적도 있다...그 이후론 아래처럼 공간은 차지하지만 스펀지와 벽 사이에 더 충분한 공간을 벌려 둔다.

그래도 미웠던 플래티도 생명인지라 산소가 부족하지 않게 호스를 연결해서 물을 넣어주고 있다. (덕분에 물이 나오는 곳도 왼쪽으로 돌려둔 상태)
거기다가 요 아이 성향이 매우 소심이라.... 평소엔 활개를 치다가도 사람이 밥주러만 가면 벽에 붙어서 안나오고, 뿌려준 밥을 바로 안먹는 경향이 있는데 이걸 물 순환 구멍 틈에 구피들이 몰려 다 뺏어먹어서 맨위칸 구멍만 테이프로 막아주었다. 비록 전보단 좁아졌지만 나름 잘 보내고 있는거 같다. 요 아이도 데려온지 벌써 7개월이 지난지라 무료나눔도 애매해서 일단 요양병원(?) 격으로 두고 지켜보는 중.


7개월 전쯤 플래티와 함께 데려왔던 올블랙구피 암컷.. 완전히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다 ㅠㅠ.... 구피가 죽기 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던게 사실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된 계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많은 새끼들을 남겨준 블랙구피는 이제 나이가 들어 꼬리가 조금씩 아래로 휘더니 이제 90도를 넘어 옆으로까지 휘어서 거의 트위스트가 되었다. 제대로 수영도 못하고 꼬부랑 뒤뚱뒤뚱 느리게 수영한다. 밥도 다 뺏어먹고 새끼까지도 따라다니며 잡아먹던 슈퍼물고기는 이제 밥을 줄때면 고개를 들기 위해 매우 큰 힘을 써야하고, 많은 어린 물고기들에게 치여 따로 밥을 그쪽으로 많이 주어서 떨어지는 밥이 생겨야 한 번이라도 받아 먹는다.
밥에는 여전히 반응하여 위로 열심히 헤엄치지만, 밥을 주는 시간이 아니면 잠이 늘어난 건지 이젠 힘이 없는 건지 가끔은 가라앉거나 수류를 따라 떠오르면서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구피도 애완동물이라고 힘겨워하는 노견을 보고 있는 마음이다. 우리집에 와서 많은 예쁜 새끼들을 낳아준 할머니 구피가 마지막까지 넓은 어항에서 편히 지내다가 숨을 거두는걸 끝까지 기다려주고 싶다.
아래는 내가 쓰고 있는 어항용품들
https://magicour.tistory.com/m/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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